구피 이야기

집에서 취미 생활로 물고기를 기르고 있습니다. 동호인들이 흔히 말하는 "물생활"에 입문한 상태입니다. 서재에 어항을 설치해 두었는데 가끔 어항 속의 물고기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휴식도 되고 안구 운동도 됩니다. 또 겨울철에는 어항이 가습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항을 관찰하다가 배가 불룩한 구피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앞으로 2-3일 내로 출산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과연 며칠 후 어항 속에 작고 투명한 것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대략 눈으로 확인한 치어의 숫자는 열 마리 정도인데, 실제로 몇 마리나 출산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난태생 송사리과에 속하는 구피는 알을 낳아서 부화시키지 않고 알이 어미의 몸 속에서 부화가 되어 바로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아직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치어들 중에서 일부는 어미나 아비에게 잡아 먹히기 때문에 몇 마리를 낳았느냐 보다 몇 마리가 살아 남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마도 어미 물고기가 자기 새끼들을 잡아먹는 것을 보신 분들은 무척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이런 잔인한 광경을 보고 분노하거나 정이 떨어진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시고기는 수초에 매달린 알이 부화되기까지 아버지 물고기가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해서 신선한 물을 공급하고 마침내 죽어서 자기 몸까지 양식으로 내어주는 지극한 부성애를 보여줍니다. 구피에게는 그런 부성애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우스브리더 종에 속하는 물고기들은 어미가 입 안에서 알을 부화시키고 치어들을 입 속에서 보호하지만, 구피에게서는 그런 모성애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타조에게 지혜와 명철을 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타조들이 모래 속에 알을 낳고 잊어버리고 자기 새끼들을 방치하는 것처럼 구피에게는 새끼들을 향한 부성애나 모성애가 없습니다.

(욥 39:14-17) 타조는 자기 알들을 땅 속에 버려두어 흙 속에서 따뜻하게 하고 발이 그것들을 으깨거나 들짐승이 깨뜨릴 것도 잊어버리고 자기 새끼들을 무정하게 대하되 마치 제 새끼가 아닌 것처럼 하며 자기 수고가 헛될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니 이는 하나님이 그것에게서 지혜를 빼앗고 그것에게 명철을 나누어 주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고기의 알들과 치어들은 쉽게 다른 생물들에게 먹이가 되어 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개체 수가 줄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는 한번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알들을 낳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놀라운 번식력을 주셔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창 1:22) 하나님께서 그것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다산하고 번성하여 바다의 물들을 채우고 날짐승은 땅에서 번성하라, 하시니라.

사람은 한번에 1-2명 정도를 낳지만 아기는 태어나기까지 어머니의 배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습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에 기어다니거나 걷지도 못하지만 온 가족으로부터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종족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물들에게 각각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지혜와 능력을 부여해 주시는 것을 볼 때,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와 그분의 지혜를 찬양합니다.